모시
정규범
느리면 거칠고
빠르면 연하다
적기에 베어야 한다
가죽을 벗겨
물속에 숨을 죽이고
일광에 화를 녹이고
바람에 결을 누이고
저 생의 흙을 벗긴다
너의 심줄을 만들고
이생에 핏줄을 내기 위해
이로 째고 무릎으로 감으면
나의 혀끝은 갈라지고 베이며
나의 이는 조각나야 했다
무릎 살갗에 줄이 패이고
그 줄 위에 너의 줄을 감는
나의 온몸은 너를 낳기 위한 도구이다
최적의 습도에 신전을 차려
가로 올 세로 올로
온기와 결을 나눠
사랑을 채워 너의 영토를 넓혀간다
자연과 인간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장인의 땀과 혼
젊은 대기로 쉼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사랑, 너를 만나 이생을 건너면
풀은 풀이 아니고,
몸은 몸이 아니고,
결은 결이 아니고,
모시, 너 하나가 된다
■정규범 시인 이력
고려대 법대 졸
문학광장 신춘문예 등단(2018)
現, 고려사이버대학교 초빙교수
現, 격월간 문학광장 이사장
受賞
제6회 문학대전수상(경북일보사)
제6회 황금찬문학상 문학대상
문학광장 문학대상(문학광장,2022년)
제27회 윤동주별문학상(문학신문사,2023년)
2023년, 노벨재단 선정 올해의 문학상
著書
시집, 길이 흐르면 산을 만나 경전이 된다(달아실, 2021년)
한국문학 대표시선집 6.7.8.9.10.11
삶(동인지) 3,4,5 외 多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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